"한국, 기술은 좋지만 특허는 후져...특허괴물이라는 용어부터 바꿔라"

입력 2016-06-20 14:29  



(보스턴=이심기 특파원) “한국, 기술은 좋지만 특허는 ‘후지다’. ‘특허괴물’이라는 용어부터 바꿔라.”

최근 미국 보스턴의 대형 로펌 민츠레빈에서 만난 특허 전문 김공식 변호사(파트너)는 기자에게 색다른 아이디어를 냈다. 한국의 중견기업들이 미국에서 ‘특허괴물’을 모아놓고 포럼을 열어서 “우리 특허권을 갖고 돈벌이를 해봐라. 이익의 절반을 떼주겠다”는 제안을 해보자는 것이다. 그는 “특허는 그냥 두면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며 “돈이 되는 비즈니스라는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의 중소기업들까지 특허괴물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특허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하든 원치 않든 글로벌 특허전쟁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중국 화웨이로부터 지난 5월 특허소송을 당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한국에서 기술을 이전받은 중국기업들이 한국기업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하는 날이 순식간에 닥칠 것이라는 경고다.

이미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까지 특허괴물들의 먹잇감이 된지 오래다. 그는 “과거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타깃이었지만 지금은 조그만 부품회사들까지 공격을 받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한데는 경고장만 보내도 쉽게 항복한다는 게 이곳 업계의 인식”이라고 전했다.

최근 1~2년 사이에 한국의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침해 소송이 급증한 것도 “미국의 특허전문 로펌들 사이에 ‘한국 기업은 ‘툭 쑤시면 합의금이 나온다’는 식의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업종이 전자, 기계부품이나 LED 관련 회사들이라고 예를 들었다. 합의금을 준 회사들이 피소 사실을 쉬쉬하면서 정보공유도 이뤄지지 않아 효과적인 대응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대형 헤지펀드들이 특허회사를 통해 전 세계 기업을 상대로 무차별 소송을 제기하도록 하고, 해당 기업의 주식을 공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지면 막대한 시세차익까지 챙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한국에서 일반화된 ‘특허괴물’이라는 용어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허괴물’에 담겨있는 부정적인 인식이 한국에서 특허를 보는 관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한국기업들은 ‘당하기만 한다’는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페이턴트 라이선싱 회사’라는 중립적인 단어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한국기업도 특허를 수세적 관점에서 자신의 기술을 보호만 하려는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공격의 무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경영자(CEO)부터 소송을 기업 경영의 리스크로 생각하지 말고 비즈니스의 수단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생각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특허를 가지고 있으면, 누가 나를 공격할 때 반격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기술을 활용해 제대로 된 ‘특허무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녹십자와 나노엔텍, 보람제약 등 국내 제약회사들이 미국의 초대형 회사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 유리한 조건으로 합의를 이끌어 낸 것도 투자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기업은 괜히 글로벌 기업을 잘못 건드렸다고 당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며 “이러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 중소기업의 기술은 탁월하지만 특허는 한마디로 ‘후졌다’”고 아쉬워했다. 특허 출원 단계에서 수익화 사업을 염두에 두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미국 회사는 기술에 비해 특허의 질이 좋기 때문에 벤처캐피탈의 투자가 붙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미국 특허회사에 수세적으로 당하지만 말고 ‘잠재력’이 높은 특허를 골라 제대로 ‘포장’을 해서 미국시장에서 수익화에 나서는 것만으로 직접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특허 수익화는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이 큰 돈을 들이지 않고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기업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관련 서비스와 시장이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특허와 관련된 법률 서비스산업이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1997년부터 4년간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리사로 일하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 뉴햄프셔대 로스쿨을 졸업, 2006년부터 보스턴 에드워즈 와일드만 로펌에서 변호사를 시작했다. 2014년 현재 민츠레빈 로펌으로 자리를 옮겨 특허출원과 상표분쟁 업무를 맡고 있다. 대형 로펌에서는 통상 10년이 돼야 파트너로 승진하지만 김 변호사는 이를 5년 만에 이뤄는 초고속 승진을 한 것으로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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